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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왕

2023.09.05.(화) 빤스런을 당했다. 분해서 분해서 분해서 나를 죽일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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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plash

팀원이 빤스런을 했다. 내가 휴가 가 있는 동안에 휴직을 했다. 하고 있던 사업이 하기 싫다고 그렇게 씨발씨발 거리더니 결국 사업 개시 하룬가 이틀 전, 토꼈다. 

 

휴가 기간에 그 소식을 알게 되고 딥빡이 쳤다. 순간 뒷통수를 씨게 얻어맞은 듯 정신이 혼미하다 못해 흐릿하기까지 했다. 멀리 일본까지 와서 기분을 잡치기에는 너무 열이 채여서 분을 삭이고 출근 전까지 아무 생각하지 않기로 했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출근 전, 눈물이 줄줄줄 나면서 서럽고 몸이 아팠다. 입맛도 없고 죽을 맛이었다. 그래도 출근을 했다. 정말 다 죽여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너무 분했다. 사업이 개시된 이후라 그 색히 관련 업무 전화가 정말 미친 듯이 왔다. 

 

세상에 이상한 사람이 많다 많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개념 없는 인간을 만나서 이런 경험(?)도 하게 되다니 정말 꿈같이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오늘까지 아팠다. 어제 저녁에 엄마와 긴긴 대화를 나누고 허락까지 받고, 본사에서 지사로 내려갈 마음을 먹었다. 반일제로 일할 수 있게 인사과에 요청하기로 아주 그냥 마음을 먹었다. 돈이고 나발이고 다 싫었다. 반만 벌고 반만 일하고 싶었다. 그럼 고통도 반일 테니.

 

오늘 인사담당자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내가 언제 상담을 오나 기다리고 있었단다. 힘든 줄 알았나 보다. 같은 팀 직원이 휴직을 내서 많이 힘들 걸로 압니다. 10시 10분에 상담실에서 뵙겠습니다. 그 말을 메신저에서 보자마자 폭풍 눈물이 쏟아졌다.

 

눈물을 겨우 화장실 안까지 홀딩했다. 화장실 바닥에 미친듯이 눈이 오줌을 싸기 시작했다. 인사담당자의 공감 섞인 한 줄의 말이 멘탈 나간 내 영혼을 어루만져주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담당자를 만나기도 전에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상담실에 인사담당자를 보자마자 눈물이 또 폭포처럼 콸콸콸 쏟아졌다. 멘트를 준비해 간 것도 아닌데 작년부터 이 부서에 있으면서 당했던 여러 상황들을 눈물 양만큼 쏟아냈다. 

 

이렇게 말하기 전까지 몰랐단다. 그래 모를 수 밖에 없지. 회사에 사람이 몇 명인데. 내가 아무리 인사 나기 전 글로 부서이동을 요청하고 희망부서를 적어서 '글로' 계속 어필을 해도 이렇게까지 힘든 상황인지는 전혀 몰랐단다.

 

이번 인사 때 알았더라면 나를 옮겨줬을 거라고 한다. 이렇게 피가 거꾸로 쏟고 몸이 아플 정도로 고통 받게 해 미안하단다.  힘든 부서에 이상한 놈을 배치해서 그것도 미안하단다. 

 

다음 인사 때는 반드시 옮겨주겠단다. 내가 희망하는 부서에 갈 수 있을지 말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무조건 다른 데로 보내준단다. 그 말만 들어도 마음이 좀 나아졌다. 그리고 인원 보충도 빠른 시일 내에 해준다고 한다. 그 사람의 말을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일단은 내가 지금 당장 제일 필요한 말을 해주었기 때문에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다. 

 

인사상담을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와 다시 정신을 챙기고 일을 했다. 점심시간에 엄마와 훠궈를 먹으러 갔다. 오늘 엄마가 필요했는데 점심에 와줘서 이 또한 마음이 많이 괜찮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어제, 오늘 인사 상담 전까지 정말 지옥도 그런 지옥이 없었다. 그냥 누가 고통 없이 죽을 기회를 주겠다라고 하면 알겠다고 할 참이었다. 그 정도로 사는 게 귀찮았다. 이렇게 힘이 드는 직장에서 노예처럼 살다가 암 걸려서 죽느니 지금 건강할 때 깨꼬닥 하는 게 더 낫겠다 싶었다. 

 

그렇게 빤스런한 그 개색히 덕분에 많이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지금은 괜찮다. 다시 버틸 용기가 생겼다. 사실 4개월 정말 순삭 갈 거다. 언제 이렇게 또 나이 먹냐 싶게 세월이 훅 하고 가버릴 거니까. 조금만 참아보자. 

 

근데 있을 때는 옆에서 그렇게 일 드럽게 안 하고 십자 욕을 해대서 존재 자체가 스트레스였는데 없는 게 차라리 더 잘됐다 싶기도 하다. 있으면 있어서 또 스트레스니까. 후임이 제정신인 놈으로 오겠지, 기대는 아니더라도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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