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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왕

고민이 깃든 바나나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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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한 개 나눠먹는 게 그렇게 고민될 일인가?

출처 : unsplash

회사 끝나면 바로 요가를 가야 해서 저녁을 4시쯤 먹어줘야 한다. 회사에 있는 동안 중간에 쌀밥을 먹을 순 없으므로 오늘 바나나 두 개와 방토 여러 개를 챙겨 왔다. 딱 먹으면 알맞은 1인분 분량이다. 4시쯤 회사 휴게실에서 후다닥 먹으려고 했는데 보고하러 임원실로 들어간 직원들이 보고 지옥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한다. 자리에서 바나나를 까먹어야 했다.

 

그런데 고민이 된다. 옆에 우리팀 아닌 직원이 붙어 앉아 있는데 혼자 바나나를 쩝쩝거리면서 먹기 미안해서 하나 나눠줘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바나나를 하나 나눠주면 내 저녁밥이 줄어들어 배가 엄청 고플 것 같았다. 그래서 겁나 고민했다. 이것도 고민이라고 고민을 했다. 혼자 먹을까 말까 먹을까 말까. 한 개를 반으로 쪼개서 반만 줄까 말까. 고민 끝에 1개를 줬다.

 

역시나 분량만큼 못 먹어서 배가 너무 고프다. 그런데 혼자 어떻게 먹을 수가 있겠는가. 내 오른쪽 옆자리, 나이도 많이 먹은 직원은 내 옆에 바짝 붙어있는데 지혼자서 간식 처먹는 스타일이다. 속으로 많이 욕했다. 한번 먹어보란 소리도 안 하고 지 입에 다 갖다 쳐 넣었다. 먹으라고 해도 안 먹을 거지만 살다 살다 이런 동료는 처음 봤다 싶었다. 똑같은 사람이 되기 싫어서 오랜 고민 끝에 내 왼쪽에 앉은 직원과 바나나를 노나 먹었다. 

 

그 바나나 한개가 뭔지

 

돌이켜 생각해보니 고민한 내가 너무 귀여우면서 어처구니없었다. 많은 고민이 깃든 바나나라는 걸 그 사람이 몰라서 다행이지 내 마음의 소리가 누군가의 귀에 들린다면 참 부끄러운 일이다.

 

바나나 하나는 시원하게 나눠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여야지.

 

우리 엄마가 한 말이 기억난다. "복이 눈에 안 보여서 천만다행이지!"

 

 

마음의 소리가 눈에 안보여서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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