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갑지가 일본 도쿄에 삘이 꼿혀서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려 7박 8일 동안 일본 도쿄를 돌아다닐 예정이다. 아침에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아빠가 태워주셨다. 차로 태워만 주시면 되는데 굳이 파킹을 하고 내 무거운 캐리어를 이끌고 버스가 올때까지 기다렸다가 캐리어를 버스 짐칸에 실어주고서야 집으로 돌아가셨다. 코끝이 찡했다. 아버지는 옛날에 젊고 싱싱했던 아버지가 아니고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다. 나이 먹을 대로 먹은 딸아이 여행 가는데, 무거운 캐리어를 들어주신 우리 아버지,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내 옆에 있어달라고 부처님께 기도했다. 일기를 쓰는데 눈물이 난다. 내가 지금, 부모님과 오빠 그리고 나 이 4인 가족 외에 가장 소중한 게 또 있을까 싶다. 너무 소중해서 늘 기도한다. 우리 가족을 지켜달라고. 감성 젖은 이야기는 차치하고,
김해 공항 도착하기 전에 공항버스에서 핸드폰으로 온라인 체크인을 했다. 공항에 내리자 마자 수화물을 붙혔다. 핸드폰이 꺼내기 귀찮을 것 같아 수화물 붙이면서 종이 티켓 발급을 요청했다. 그리고 바이오 인증? 인가 뭔가를 미리 하고 SK텔레콤에 돼지코를 받으러 갔더니 로밍 서비스 이용 고객에 한해서 돼지코를 빌려준단다. 6월부터 그렇게 정책이 바뀌었단다. 아무리 최신 일본 여행 유투브를 보고 여행 준비를 해도 변수가 생긴다. 돼지코 모자랄까봐 걱정이었다. 뭐 사면되긴 한데 돈 아까비.
공항에 들어가서 면세 신청한 나스 립글로즈 한개 픽업하고 비행기 시간을 기다렸다. 아침에 아몬드 몇개와 사과 두쪽을 먹은 게 다라 편의점 가서 반숙 달걀과 몸에 좋아보이는 오미자자몽 쥬스를 사서 아무 의자에 앉아서 계란을 까먹었다. 쥬스는 너무 달아서 실패, 계란은 아는 맛인데 감동란 보다 감동이 덜했다. 옆에 모르는 아가씨는 샌드위치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서로 모르지만 붙어서 뭔가를 같이 먹고 있으니 동지가 된 기분이고 혼자라도 혼자가 아닌 그런 느낌이었다.
비행기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아이팟으로 뭘 듣지 않았다. 이번 여행은 귀에 꼽지 말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소리에 귀를 한번 기우려 보기로 했다. 핸드폰은 맛집 검색이나 지도 볼 때만 하고 웬만하면 기계를 멀리하고 좀 부끄럽지만 멍을 때리거나 사람을 슬쩍슬쩍 표 안나게 구경하거나 풍경을 응시하거나 하기로 했다. 뭐 그런 것도 나쁘지 않았다.
비행기를 탔다. 잠이 너무 쏟아져서 자고 있는데 소고기 누들 기내식이 나왔다. 대한항공 기내식 맛있었는데 이번 기내식은 영 파이다. 소고기에 비린내가 너무 많이 난다. 내 옆에 모르는 여성분도 나만큼이나 안먹더라. 대충 밥을 먹고 기내 영화 슬쩍 보다가 또 잠이 쏟아져서 자다가 곧 도착한다고 해서 창문을 열어보았다. 하늘이 참 아름다웠다. 바다는 넓고 해안가가 버섯모양으로 생겼다. 이걸 어떻게 말로 설명해야하는 지 모르겠는데 해안가에 모래사장이 버섯모양으로 쭈뻣쭈뻣 서있었다. -_-;; 사진을 첨부해야 말이 통할 듯하다. 아무튼 그 모습이 신기했다 성층권에서 대기권으로 내려가면서 구름층을 만나 갑자기 사방이 하얳다. 뭔가 신의 은총 안에 들어가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구름 밑으로 오니 일본에 가지런히 정돈된 논이 보인다. 골프장도 보이고 연못도 보이고 드디어 남의 나라 ‘일본’이군 싶으면서 기분이 므흣했다.
비행기 발통이 땅에 닿자마다 (유심 말고) 이심을 체크했다. 인터넷이 안 터졌다.ㅜ 인터넷 안되면 좆되는데 싶어서 살 불안했다. 이래저래 조작을 해보니 갑자기 인터넷이 터졌고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핸드폰 데이터 안되면 여행 자체를 시작할 수 없다. 정말이지 스티브 잡스는 세계인을 여행 존잘알로 만들어버렸다. 구글 지도 개발자에게도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려본다.
나리타 공항에 내리자 마자 영역 표시를 위해 화장실로 런했다. 충분한 영역 표시 후 입국 심사대에 갔다. 요즘 정말 세상이 너무 좋아져서 입국심사와 세관신고를 비짓재팬 웹사이트에서 미리 할 수 있다. 그래서 귀찮게 공항에서 수기 작성할 필요없이 비짓재팬에서 하라는대로 하면 큐알코드를 발급 받는데 입국심사와 세관신고 시 큐알코드만 제시하면 끝이다.
짐을 찾으러 가는 길에 약쟁이 감시하는 비글이 돌아다녔다. 너무 귀여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짐을 찾고 가는 길에 비글에게 내 존재를 각인 시키기 위해 웃으며 눈싸움을 했다. 그랬더니 내가 약쟁인줄 알고 가방 검사를 비글 주인양반이 비글에게 시켰다. 비글이 내가 약쟁이가 아님을 알아차리고 관심없어하자 비글 주인님께서 가면 된단다. 아참참 일본 공항 중간중간에 나이가 정말 지긋한 어르신들이 일을 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보기 좋으면서도 일본은 정말 으르신의 나라구나 싶었다. 어르신들이 다 너무 친절해서 도쿄의 첫 느낌은 ‘따뜻하다 못해 덥다, 도쿄의 날씨처럼‘
나리타익스프레스를 타러 안내표지판을 따라 어딘가 모를 밑으로 밑으로 내려갔다. 유튜브를 열심히 디다보면서 어디서 발권을 해야하는지 몇번이고 시뮬레이션을 했다. 일본어 이제 한 몇주 연습하고 온 일본어 존못러라서 긴장한 탓일까 사방팔방 일본어라 순간 얼음이 되었다. 얼음 땡하고, 인포메이션 데스크 직원은 영어가 될 것 같아 자신있는 영어로 물었다. 워얼 이즈 더 나리타 익스프레스 티켓 부뚜? 인포 직원이 손으로 방향을 알려줘서 겨우 찾았다. 내가 유튜브에서 배운 그 부스가 아니라서 못 찾은 거였다. 도대체 내가 학습한 부뜨는 어딧는 거지? 아무튼 라운드 티켓을 샀다. 한 사만원 정도인데 비싸다 비싸.
나리타익스프레스 티켓을 사고 나서 약간의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한국에서 미리 애플 지갑에 모셔온 일본 지하철 카드 충전을 해보기로 했다. 보이는 기계마다 가서 충전이 있는지 봤는데 없다. 온통 일본어 천지라 갑자기 또 시무룩해졌다. 자신감을 잃었을 땐 배가 든든해야하므로 기대하고 기대하던 일본 패밀리마트로 런, 명란삼각김밥과 어른의 맛 찐 녹차를 샀다. 비니루가 삼엔이라 너무 아까워 안사고 손에 들었다. 캐리어, 등짐, 크로스백, 삼각김밥, 물, 지갑 다 들라니 손이 두개로는 모자랬다. 괜히 3엔 아끼려다가 힘들다 힘들어, 물건 잃어버릴까봐 조마조마 했다.

나리타익스프레스를 타러가는 길에 충.전.이라는 글이 보여서 기계를 들여다보니 애플 지갑에 있는 일본 지하철 카드로 충전이 될 것 같아 삼각김밥과 녹차를 캐리어 위에 위태롭게 놓아두고 충전을 시도 했다. 여윽시 된다. 처음 해보는 이 모든 게 너무 재밌었다. 뭔가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퀘스트 몇개 통과한 그런 기분? 나리타익스프레스는 딱 정시에 도착한다고 했는데 미리 차가 와있었다. 그래서 내가 타는 차가 맞는지 아닌지 불안해서 아주 인상 좋은 일본인 어르신에게 물어보니 아주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영어도 하시니 정말 존경스러웠다. 인상이 너무 좋았다. 오늘 내가 만난 모든 일본인 어르신들은 대체적으로 품위가 있는 분들이었다.
안심하고 나리타익스프레스를 탔다. 참 쾌적하고 앞 뒤 좌석의 간격이 넓었다. 차가 출발도 안했는데 명란삼각이의 맛이 궁굼해서 까서 한입 베어먹어봤다. 와따마 개존맛. 이게 무슨 편의점 퀄러티라고? 명란이 꼬릿꼬릿하면서 심해 깊은 맛을 뿜어 냈다. 알알이 살아있는 일본 쌀밥 안에 꼬릿꼬릿 짭쪼름한 명란의 조합이라, 스고이. 완전 중간은 쫌 많이 짰지만 일본 와서 처음 사먹은 편의점 삼김이 이정도라니 앞으로의 미미가 너무 기대된다. 녹차는 정말 카테킨이 옴팡지게 들었는지 혀가 깔깔할 정도로 진한 녹차의 맛이 난다. 먹을 만하지만 굳이 두번은 안 먹어도 되는 건강한 으른의 맛이랄까?

구글 번역기를 돌려서 녹차에 뭐라고 적혀있는지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아빠한테서 긴급 에스오에스 문자와 현재 위치가 내 문자로 날라왔다. 너무 놀래서 아빠에게 연락하니 전화를 받지 않아 울뻔했다. 다행히 시계를 떨어뜨려서 긴급 낙상 문자가 온 거였다. 아빠의 무사함을 확인한 후 눈물이 났다. 아주 잠깐 지옥에 다녀왔다. 신께 빌었다. 아빠, 엄마, 오빠 모두가 이번 생에 나와 같이 건강하게 있다 한날한시에 같이 생을 마감하기를.
미니 이벤트가 지나고 차창 밖으로 비가 쏟아졌다. 잦됐다 싶었다. 그래도 뭐 어제 저녁에 꼼꼼쟁이 아빠가 캐리어 덮는 비니루와 우산, 우비 등등 우천시 대비를 다 해주신 덕분에 걱정은 안했다. 비를 보면서, 뭔가 또 신의 품에서 모든 죄가 이 비와 함께 씻겨 내려가는 것처럼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내가 시부야에 도착할 때쯤 비가 당연 그칠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이 있었다. 역시나 내릴 때 비는 무슨 너무 날씨가 좋아서 푹푹 찐다. 내리자 마자 사람이가 너무 많아서 좀 식겁 놀랬다. 많다는 걸 학습을 하고 왔는데도 사람의 열기에 약간 취해서 알딸딸했다.
사람 때문인지 일본어 때문인지 어질어질해서 동서남북이 어딘지 분간이 안 갔다. 그래서 또 친절해 보이는 어르신에게 물어보니 방향을 손짓으로 알려줘서 갔다가 찻길 전용임을 알고 식겁 놀랬다. 차 사이로 막가라는 말씀이신지. 다시 돌아가서 어르신에게 묻자 잘못 알려줬다며 미안하단다. 구글맵에 의지해서 푹푹 찌는 도쿄 더위에 맞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캐리어 발통이 6개라 아스팔드길에서도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가아니고 힘들더다. 와따마 힘들었다. 너무 더워서. 구글맵 오랜만에 쓸라니까 방향이 영 헷갈린다. 나오라는 호텔은 안 나오고 반가운 나의 옛 친구 이치란 라멘집이 보였다.
너무 호텔이 안 찾아져 순간 패닉이 왔는데 반가운 이치란라멘을 보니 흥분이 됐다. 이치란 라멘집 앞에 알바 중인 젊은이에게 내가 가는 위치를 보여주며 여기 어디냐고 하니 나보다 더 더듬더듬거렸다. 더듬이 옆에 있다간 집 못 찾겠다 싶어 순간적으로 정신을 되찾아 방향을 알아냈다. 쪼오끔 어렵게 호텔을 찾았다. 아직 체크인 시간이 아니라 짐만 맡겨준단다. 땡큐하고 짐을 내려놓고 이치란라멘집으로 갔다. 내가 찾아간 곳은 아까 그 이치란라멘이 아니었다. 뭐 어쨌든 나는 이치란이기만 하면 되기에 가보니 줄이줄이 길게 서 있었다. 드디어 웨이팅 지옥 도쿄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며 노상 뙈악볕에서 기다리랜다. 먹고싶은 사람이 참아야지 별수있나.
40분 기다려야한다더니 다행히 한 20분 정도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분을 영접했다. 사랑했으나 거리 때문에 헤어진 애틋한 전남친 만난 듯 반겼다. 진한 키스를 나누기 위해 입을 벌렸다. 맛이 내가 알던 그 혀를 치는 감동의 맛이 아니었다. 뉴욕에서 처음 이치란라멘을 먹었을 때 그 감동을 잊을 수 없어 도쿄 오자마자 이치란을 찾았다. 뉴욕맛이랑 본토 이치란 맛이랑 너무 달랐다. 뉴욕은 정말 담백하면서 딥하면서 얼큰하면서 시원한 한국인의 국물맛이라면 도쿄의 이치란은 너무 돈코츠다. 그리고 빨간양념 토핑을 분명이 보통보다 한단계 높였는데 빨간양념을 주다만듯 얼마 들어있지도 않았다. 힝. 이치란 1일 1식하려고 작정하고 왔는데 오늘로서 좋은 추억이 많아 졸라 반가웠던 나의 옛연인 이치란에게 영원한 작별을 고해본다. 다신 보지말자.

그리고 메가돈키호테에 갔다. 너무 기대한 탓일까 매장이 정말 복잡하고 어수선했다. 깔끔하고 고급진 분위기가 아니고 도때기 시장 느낌이다. 뭐 분위기는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 아이템은 다있으므로 쇼핑을 시작했다. 평소 여름철 시도 때도 없이 개장하는 겨터파크 때문에 고민인 나는 겨터파크를 폐장시켜 줄 데오 제품이 있다기에 그것부터 열심히 찾았다. 오호 데오를 찾았는데 너어무 일본어라 뭘 사야하는지 몰라 블로그에 물어보니 대충 뭐 무향으로 사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딱 한개 남은 제품이 있어 베스트셀런가 싶어 그것도 집었다. 너무 기대된다. (아까 써봤는데 땀을 억제시키지는 못하는 듯하다. 겨터파크 개장은 올 여름에 계속 될 듯 ㅜㅜ)
이것저것 사서 텍스 프리를 받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가 정말 아늑하다. 마음은 멀지만 거리를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 도쿄에 처음 와본지라 어느 위치에 숙소를 잡아야 최고의 선택인지 알길이 없어 시부야는 교통의 요충지라길래 시부야 캡슐호텔로 잡았다. 말 그대로 좁은 캡슐 안에서 잠만 자는 그런 곳이라고 생각했다. 엄청 불편할 거라고 생각하고 각오하고 왔다. 그런데 오모나 세상에 너무 아늑했다. 옷을 입고 벗고 하는 게 불편하지 시설이 세상 쾌적하고 깨끗하고 충분했다. 샤워실 수압이 미쳤고, 쾌적하고 깨끗한 건 말할 것도 없고 화장실도 어찌나 냄새 한점 없이 깨끗하고 고요하고 평온한지, 한마디로 스고이. 그리고 공용 스터디존과 식음료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공부하거나 뭘 먹기에 좋았다. 식당 같은 곳은 토스터기, 전자레인지, 커피, 여러 종류의 꽤 괜찮은 티백, 예쁜 컵, 식기류 등 없는 게 없었다. 단점을 굳이 꼽자면 캡슐인데 여름인 지금 좀 춥다는 것?

여행 첫날이라 긴장했는지 캡슐 안이 춥고 으슬으슬했다. 새벽에 일찍 깼는데 내 몸이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내 몸이 여행 첫날 긴장해서 몸살을 했나보다. 어제 기분이 좋아서 내몸이 아픈 줄도 몰랐는데 내일 비타민씨를 좀 챙겨먹어야겠다. 짐을 대충 풀고 시설을 쭈욱 둘러보고 아주 흡족해야며 근처 요요기 공원으로 갔다. 나는 럭키걸이 맞나보다. 축제를 한다. 무슨 축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엄청나게 많은 그룹이 각자 준비한 춤을 요요기 공원 안쪽에서 입구쪽으로 전진하면서 춤을 추는 그런 축제였다(?) 팀별로 컨셉이 다 달라서 너무 재미있었다.

이 더운 날에 긴옷을 입고 신들린듯 한참 춤을 추는 일본인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감탄했다. 어찌나 더운지 춤이 끝나갈 때 댄서들의 얼굴이 터질듯이 빨갰다. 그들의 춤에 대한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첫날 오자마자 날 반겨주는 일본,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가 된다.
일본, 생각보다 다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