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마치고 요가학원으로 런
너무 일찍 도착해서 지하주차장에서 뉴진스 릴스를 보면서 시간을 살짝 죽이고 있었다.
공회전하면 안 되니까 시동 끄고 있었는데 너무 더웠다.
적당히 시간 죽이다가 이제 가야지 하고 내리려는데
뭔가 쏴했다.
요가 복을 안가져왔다.
아악!
다시 먼 길을 돌아 집으로 갔다.
요가 수업 때문에 저녁을 스킵했었다. 오래간만에 저녁을 먹자 싶어서 짜파구리를 끓였다. 계량까지 해서 1인분양으로 수프를 맞춰 넣었다. 처음 몇 입은 정말 세상 맛있었다. 점점 너구리 수프맛이 바치더니 더는 못 먹겠더라. 짜빠구리는 역시 2인분으로 끓여야 맛있는 것인가? 고깃집에서 시킨 짜빠구리는 정말 개존맛이었는데 내가 끓이면 너구리 스프맛이 너무 강하게 난다.
그나저나 오늘도 무사한 하루였다.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기분이 계속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행복하다!"라고 속으로 크게 외치고 기계적 웃음이라도 크게 미소를 지어서 그런가 기분이가 계속 '괜찮음'을 유지했다.
오늘 내가 그닥 안 좋아하는 옆에 직원과 단둘이 밥을 먹어야 했다. 격하게 혼자 있고 싶어서 팀 모두 약속이 있으니 혼자 드시라고 했다. 그때부터 점심 같이 먹을 누군가를 막 찾더라. 그러던가 말던가 나는 격하게 혼자있고 싶었으므로 약속 있는 척 차키를 들고 점심시간에 회사를 빠져나갔다.
오래간만에 내가 평소 좋아했던 에스프레소 맛집으로 갔다. 가는 길에 저녁 요가 수업 1시간 전에 먹을 주먹밥을 먹어가면서 카페로 차를 몰았다. 선견지명이라고 해야 하나 요가를 안 할 줄 알고 저녁밥을 점심에 먹어치웠나 보다. 이 에스프레소 맛집은 맛이 늘 한결같다. 혼자서 놀기 좋은 자리를 잡고 에프스레소 1잔과 라떼 1잔을 시켰다. 아이패드로 유목인의 수제자 아스타님의 불스앤배어 영상을 보면서 차트 공부를 했다.
점심시간에 혼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공부를 하니 참 뿌듯했다. 점심시간을 대충 코드가 맞지도 않는 직원들 따라 댕기면서 커피 마시고 시답잖은 농담으로 1시간을 보내느니 대충 한 끼 때우고 혼자 커피를 마시며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뭔가를 하니 하루를 알차게 쓰는 것 같고 좋았다.
오늘 마신 달달구리한 에스프레소 한잔과 너무나 고소한 라떼 한잔 그리고 그 시간, 나와 놀아준 아스타님과 그의 강의로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
내일 점심은 내가 좋아하는 동생 구구와 훠궈를 먹으러 간다. 훠궈는 언제 먹어도 늘 맛있다. 그리고 내일 저녁에는 회식이 있다. 인사이동으로 헤어진 직원과 새로운 직원이 한번 같이 만나는 자리다. 팀회식인데 팀장님은 참석을 안 한단다. 왠지 이해가 간다. 지금 인사이동으로 다른 부서로 간 직원들이 팀장님을 많이 힘들게 했다.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한 팀장님은 더 이상 그들이 보고 싶지 않은가 보다. 많이 참았고 그들이 하지 않은 일을 도맡아 했었다. 팀장님은 나름 쌈박한 사람이다. 있을 때는 최선을 다하는데 헤어지면 시마이라고 했던 팀장님의 말씀이 기억이 난다. 나는 우리 팀장님을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팀회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팀장님의 모습마저 존경스럽다.
내일 팀회식 나도 가지 말까? 아주 친한 직원이 한 명 있어 가야 하나 싶고, 고민이 된다. 그냥 그 친한 직원과 둘이서 만나고 싶다. 시간이 갈수록 싫은 사람은 의도적으로 피하게 되고 시간을 아끼고 싶어 진다.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을 만나서 개소리를 듣고 있을 에너지가 이제는 없다.
아 그리고 요가복을 차에 걍 박아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