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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6.(목) 매일매일을 음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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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plash

속단하면 안 되지만 새로 온 내 찍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말할 때 입에 침이 가득 고여서 더러워 보이긴 하지만 이제까지 회사에서 거쳐간 내 짝지들은 하나같이 일을 안 하거나 못하거나 둘 중 하나여서 그런지 그냥 자기 업무 챙기는 자체만 봐도 감사하다. 

 

처음에 잔뜩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단 지켜보기로 하자...

 

오늘 참 무사한 하루였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무난한 하루, 오늘 점심시간 짬을 내서 수영복을 바꾸러 갔다. 이번에는 내 몸에 딱 맞는 걸 샀다. 입어보고 샀다. 아레나 올블랙 수영복인데 선수용이다. 궁뎅이 보이는 게 싫어서 무릎까지 오는 수영복을 샀다. 저번에 한번 수영복을 백화점 탈의실에서 입고 충격 먹고 다이빙 수업을 캔슬한 적이 있었다. 수영복을 입은 내 모습이 너무 어색하고 납작 복숭아 같아서 그 모습을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잠수복 입으면 다 가려지는데도 찰나의 순간 보여지는 게 싫어서 그랬다. 그런데 오늘 산 수영복은 선수용이라 더 타이트한데도 너무 잘 어울리고 섹시해 보이기까지 했다.(풉) 망구 내 생각이지만 마음이 흡족하다. 

 

수영복 산다고 점심시간을 거의 날려먹고 호다닥 급하게 밥을 먹으러 갔다. 꼬마김밥+수육 8,500원짜리 정식을 시켰다. 꼬마김밥은 별로였는데 수육이 괜츈했다. 다음에는 수육만 간단하게 먹으러 와야겠다. 

 

사무실에서 살살 등짝과 허리가 아파와서 회사 외부를 살짝 돌았다. 원래 내가 아끼고 귀여워라하는 동생과 자주 몇 분씩 돌았는데 그 동생이 다른 과로 발령이 났다.  가서 업무 익히느라 쌔가 빠질 동생을 불러다가 같이 한 바퀴 할 순 없는 노릇이고 혼자 뱅뱅 도는데 기분이 괜찮았다. 극 E인 내가 나이가 들면 들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아진다. 이러다가 I로 바뀌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그것도 좋을 것 같다. 인생의 1/3을 쪼잘쪼잘 대면서 살았으니 다음 파스는 좀 느긋하고 조용하고 인자한 웃음을 머금고 가만히 가마때기처럼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요가 4일째 뭔가 사람이 느긋해진 기분이다.

 

사실 빨리 회사에서 탈출해서 세계여행을 하고 싶고, 생각하는 대로 쪼대로 살고 싶어서 마음이 정말 급했다. 주식 공부를 정말 미친듯이 무작배기로 했다. 항상 귀에 이어폰을 꽂고 경제뉴스를 듣고 밥 먹을 때도 강의를 틀어놓고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주식인 것 마냥 살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지금 살면서 내가 뭘 먹고 있고 옆에 누가 있고 밖에 무슨 소리가 들리고 하늘은 무슨 색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더 중요하다기보다는 순간순간 어떤 것을 함에 있어서 한가지에 집중해야지 머리 말릴 때, 길을 걸을 때 이어폰 꼽고 경제뉴스 듣고, 밥 먹을 때 쌀이 씹히는지 돌이 씹히는지도 모르고 강의 듣고, 이게 도대체 사는 건가 싶었다. 

 

그래서 밥 먹을 때는 밥에 집중하고 요가를 하기 전과 후에 아무 소리도 귀에 넣지 않고 내 숨에 집중하고 가만히 있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주식 공부는 자연스럽게 틈틈이 급하지 않게 자연스러운 나의 생활, 그러니까 대소변을 보는 것 마냥 자연스럽고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꼭 해야하는 일인 듯, 그렇게 해야 오래오래 죽을 때까지 질리지 않고  투자를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빨리 돈을 크게 벌고 싶어서, 크게 배팅을 한다음 조금 떨어질 때 너무 무서워서 참지 못하고 손절을 했다. 그러고 며칠 뒤  손절한 거의 모든 주식이 다 크게 올랐다. 조급한 내 마음이 돈을 잃게하고 매매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산다는 건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을 하면서 편안한지 행복한지 느끼고 관찰하고 생각하는 것 같다. 너무 어떤 한가지에 욕심을 부려서 억지로 가지려고 들면 오히려 더 갖지 못하는 것 같다. 

 

가질 수 있다. 시간이 필요한 것 뿐. 인내하자 메디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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