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일기]2022.9.2.(금) 09:27
● 오늘 있었던 굉장한 일 3가지
1. 보영언니 유투브에 첫 구독자가 생겼다며 축하의 의미에서 밥을 사준다고 했을 때, 순수한 언니의 반응이 귀여웠고 굉장히 기뻤다.
2. 엄마가 나를 대신해 내가 너무 좋아하는 주경언니가 겪는 힘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것이 굉장하다.
3. 과장님이 내가 좋아하는 아귀수육과 얼큰한 탕을 사주신 것은 굉장히 감사한 일이다.
● 오늘을 어떻게 더 좋은 날로 만들었나?
1. 아침에 일찍 일어나 명상하고 명상록을 듣고 일기를 쓰고 운동을 한 뒤 출근을 하니 나를 감싸는 긍정적인 기운이 오늘의 나를 돌봐주는 느낌을 받았다.
2. 비가 계속 왔고, 일을 하던 도중 약간의 답답함과 커피 한잔의 휴식이 필요해 잠깐 밖으로 나가 호수를 돌면서 명상록을 듣고 들어왔더니 퇴근시간까지 아주 알찬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3. 엄마가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주경언니를 나를 대신해 잘 위로해준 것 같아 다행이다.
몇달 전에 있었던 일이다. 막말을 일삼는 부서장 밑에서 정말 죽고싶을 정도로 일하는 게 힘들고 지쳐갔다. 그리고 제대로 폭발한 적이 있다. 기안한 문서에 아주 미미한 오타 때문에 그 막말 상사는 잘되었다 싶어 물고 늘어졌고 그가 아무렇게나 던지는 말에 나는 맞아죽을 것만 같았다. 너무 어이가 없고 속이 상하고 죽고싶을 정도로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그때 정말 그만두겠다는 각오로 사무실을 뛰쳐나왔다. 차에서 대성통곡을 하고 집에 와서 내 방에서 정말 큰소리로 오열을 하면서 울었던 적이 있다. 울다가 울다가 사무실로 다시 돌아가 팀장에게 장기 병가를 쓰겠다고 했고 팀장이 너무 뜯어 말려서 못이긴척 다시 출근했다. 그 팀장이 평소 너무 잘해줬기 때문에 차마 뿌리치지 못했었다. 그때 내가 정말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하고 돌아설 때, 힘들 때 내 모든 말을 들어준 친구가 있다. 우리집에서는 '코인 언니'로 통하는 친한 언니가 있다. 코인 언니는 너무나 과도한 양의 업무와 돌봄이 필요한 어린 딸이 있어 늘 바쁘고 힘들게 살고 있었다. 그렇게 사는 것에 지치고 힘들어도 내가 고통스러워할 때 오랜 시간 내말을 들어주고 지지해주고 응원해주고 나를 믿어주었다.
그런 언니가 나와 비슷한 일을 겪어서 어제부터 지옥을 헤매고 있고 울고 울어서 눈이 퉁퉁 붓고 암이 걸려버린 것처럼 밥도 먹지 못하고 소화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남편 얼굴만 보면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지금 생활패턴을 대수선한 상태에서 지금 내가 언니를 위로하러 간다면 잠을 자지 못하고 다음날 내 다짐이 무너질 수 있어 어떻게 해야 내 생활패턴을 지키면서 언니의 마음에 큰위로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나에게 질문했다. 내가 지나온 길이라 그 고통이 얼마만큼인지 지금 얼마나 언니가 아플지 나는 잘아는 터라 그 고통을 빨리 끝내주고 싶었다. 오늘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언니와 밥을 먹으면서 영혼의 대화를 나누기 위해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나는 오전에 과장님과 출장이 있었던 터였다. 약속을 하고나서 출장이 있는지 알아차렸다. 내 옆에는 산부처인 엄마가 있다. 엄마는 코인 언니와 내가 얼마나 친한지, 언니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자주 언니에 대해 말해서 잘안다. 그래서 엄마가 출장있는 나를 대신해서 언니를 만난다고 한다. 언니가 화가 난 상태에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전에 멈춰야한다며 엄마가 만나보겠다고 한다. 언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그 어리석고 무지몽매한 상사를 박살낼 계획을 하고 있었다. 내가 화가날 때 내편을 들어주지 않고 다그치면 더 화가나는 걸 알기 때문에 일단 언니의 말에 동의를 하고 하고싶은 대로 하라고 했지만 내 속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진짜 어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언니를 꼭 만나야했고 엄마가 언니를 만났다.
퇴근을 하고 엄마와 언니가 잘만나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엄마가 언니와 대화를 끝내고 돌아설 때 마음이 흠족했다고 한다. 대화가 아주 잘된 모양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끝내고 돌아설 때 그 기분을 관찰하면 그것의 성공 여부를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언니가 좋은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