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왕

2023.07.26.(수) 짬짬이 글쓰기의 즐거움

Madi메디슨 2023. 7. 2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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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꽂힌 카페의 에스프레소와 아이스라떼

정말 느무느무 맛있다.

에스프레소가 어떻게 이렇게 안 쓰고 달달구리하면서 녹진하고 깊고 진하면서 고급질까?

아이스라떼는 우리가 아는 맛인 아이스라떼가 아니다. 뭔가 다르다. 

오묘하다. 뭐라고 해야 하지. 그러니까 은은하게 부드럽고 커피인 듯 아닌 듯 우유를 넣었지만 에스프레소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확 올라와 우유맛보다는 커피맛을 더 느낄 수 있다고 할까? 그렇다고 커피맛이 강하지도 않다. 정말이지 은은하다. 곰탕으로 따지면 나주곰탕 같은 아이스라떼다. 이렇게 밖에 설명이 안되네. 한번 맛을 봐야 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 할 그런 맛 ㅎㅎㅎ

라떼용 빨대는 100% compostable 임에도 라떼에 녹지 않는다. 스벅은 너무 종이라 진짜 후루룩 안 마시면 빨대 때문에 커피맛을 잡치는데 이 집은 안 녹는 친환경 빨대를 써서 너무 좋다. 다 먹고 나중에 녹나 보다.

 

오늘은 회사 구내식당이 쉬는 날이다. 그래서 직원들 모두 외식을 하러 나가야 한다. 나는 팀원들이 밥에 대한 고민이 없길래 미리 예약을 잡아줬다. 점심시간 1시간 전에 출발 시간, 예약 시간, 예약자명, 대상자 등을 쪽지로 알려줬다. 이제까지 내가 돌아다닌 부서의 밥은 대체적으로 내가 챙겼다. 나는 '밥'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먹기 위해 사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의 밥도 같이 챙겨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나는 밥을 제시간에 먹는 걸 좋아한다. 구내식당은 12시에 가면 사람이 미어터지고 한참 기다려야 해서 팀장님이 12시 15분쯤 돼서 식당에 가길 원하신다. 나는 15분이라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도시락을 싸다니면서 대충 끼니를 때우고 내가 좋아하는 카페를 전전하면서 공부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하면서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점심시간 1시간은 월급에서 제외하기 때문에 점심시간은 100% 내 자유시간이다. 지금 라떼를 한 모금 빨았다. 우유와 커피가 이렇게 조화롭게 섞여서 내 혀를 즐겁게 해 준다. 어쩜 이렇게 커피를 잘 만들까.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이 카페가 나와 함께 건강하게 늙어가고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올 때마다 딱 내가 알던 그 커피맛이다. 

 

회사 근처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정성을 들여 가야 만나볼 수 있는 커피 맛집이 있었다. 왜 과거형이냐 하면 이제는 맛이 없어서 내 맛집 리스트에서 삭제되었기 때문이다. 그 카페를 나는 전 세계 통틀어 제일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집이라고 생각했었다. 진짜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유명유명한 뉴욕의 커피집, 유럽의 커피집 다 가봐도 이 집만큼 내 입에 맞는 커피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사장 부부가 아이를 낳고 육아를 시작한 그 시점부터 커피맛이 변하기 시작했다. 카페 내부는 아예 청소를 안 하는지 지저분하고 먼지가 가득했고 나는 모카커피를 시켰는데 모카맛이 안 나고 캐러멜과 모카와 무언가가 뒤섞인 잡스러운 맛이 났다. 에이 다시 가면 맛이 돌아와 있을 거야 하고 다시 가서 먹어보니 맛이 확 변해버렸다. 사골국물도 아니고 커피맛도 사장님 마음이 변하거나 상황이 변하면 변하는구나 싶었다.

 

뭔가를 꾸준히 그 수준을 유지하면서 한다는 게 정말 안 쉽다. 나도 그렇다. 매일 시그널 리포트를 쓰다가 회사에 일이 생겨 야근을 하거나 밤샘 근무를 하면 그다음 날부터 생활패턴이 깨지고 몸이 피곤하니 마음도 흔들리고 하기 싫다, 쉬고 싶다는 마음이 내 뇌를 지배한다. 그래도 괜찮다. 인간은 원래 그렇다고 하니까. 또 그다음 날에 다시 마음을 잡고 하면 된다. 아주 놓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이건 뭐 내 개인적인 다짐과 성공을 위한 노력의 일부라서 그렇다고 치지만 사업은 소비자와의 약속을 전제로 금전으로 엮인 이해관계가 있어 '순간의 변심'이 치명적일 수 있다. 한번 실망한 소비자는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독점적 지위 없는 사업자의 나태함은 정말 끝이라고 봐도 무방한 것 같다. 

 

갑자기 빈지노의 말이 생각났다. 빈지노, 진짜 소름 끼치게 멋진 사람이다. 결혼을 자신의 커리어로 봐야 한단다. 그래서 그 결혼을 잘 유지시키고 커리어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단다. 결혼은 커리어다. 빈지노의 말씀을 쓰는 지금 두 번 소름이 돋았다. 그 사람이 나온 서울대에서 그런 것도 가르쳐주나? 그 사람은 못 하는 게 뭔가? 연애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몸도 좋고 얼굴도 잘생기고 신이 다 주신 듯하다. 그런데 사실 신이 주었을까? 지가 신에게 근접하기 위해 노력했겠지. 참 근본이 된 놈인 것 같다. 빈지노 껌딱지 금발 여성이 부러울 지경이다. 

 

빈지노가 좋아서 한국에 온 그 여성도 참 사람 보는 눈이 탁월하다. 빈지노 간지를 일찍이 알아차리고 대시해서 연애를 시작했다고 어디에서 들었다. 어쩜 이 둘은 이다지도 간지 날까. 이 세상을 다 살아낼 때까지 관찰해봐야 하는 나와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위인들이다. 멋있다 멋있어. 유목민 멘토도 대단하고 김정운 교수님도 대단하고 빈지노 커플도 대단하고 세상에 대단한 사람 참 많다. 나도 내 삶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 그리고 오늘 4시 전에 잠이 깼다. 카페인 커피를 마시는 바람에 잠이 빨리 오지 않던 어젯밤, 눈과 코에게 안부를 물어보았다. 눈아 왜 요즘 침침하니 눈아 눈아 이전의 상태로 돌아와 주겠니? 코야 코야 비염이 있는 코야 비염 없던 옛날 코로 돌아와 주겠니? 비염이 없는 콧속은 아주 싱싱하게 빨갛고 촉촉하고 청결하단다. 내가 아주 건강했던 코 상태를 생각으로 표현해 줄 테니 그 상태로 가주겠니? 이런 식으로 나의 장기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의식적으로 원하는 상태를 그리고 상상하면 그 상태로 되어버린다고 책에서 봤다. 다리가 안 움직이던 사람이 다리가 움직이는 상상을 계속했더니 생각한 것처럼 걸어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돈 안 드는 상상이라 잠도 안 오고 계속 상상하고 그리고 생각했다. 

 

생각하고 원하고 바라고 몰입하면 이루어진단다. 나는 올해 목표가 현금 10억 벌기, 우리 부모님 집 옆집 매수하기, 전기차 사기, 시칠리아 가기다. 계속 매일매일 생각하고 있다. 생각을 하다 보면 방법이 찾아지고 방법을 찾다 보면 실천하고 실천하다 보면 이뤄지겠지? 내가 증명해 보이고 기록해서 그것을 책으로 만들어야지. 글 쓰는 게 참 재밌다. 대화하는 것 보다 글쓰는 게 더 재밌는 것 같다. 

 

진작 점심에 글 쓸걸, 잡담 보다는 기록으로 승부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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